나 어느 곳에 있든지 늘 맘이 평안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08-02-13 10:37

조회수 2,878

내가 6살 때의 일이다.

6.25 전란으로 인하여 황해도에서 살다가 인천으로 피난한 어머니는

어린 것들을 집에 두고 장사를 해서 생계를 이끌어 갔다.

할 수 없이 맏딸인 큰 언니가 어려운 살림과 동생들을 보살펴야만 했다.

책임성이 강했던 큰언니는 우리 동생들에게 엄격하여

내 기억에는 어머니보다 큰 언니가 더 무서웠었다.

그 날은 내 친구 영심이와  저녁 늦게 까지 놀다가 집에 돌아 왔는데

둘째언니가 나를 보더니 울기 시작했다.

"언니 왜 울어?"

"이것아 어디에서 뭘하느라 지금 돌아왔니.

너희들이 집 잃어 버렸는줄 알고 난리가 났어.

영심이네는 파출소에 신고까지 했어.

큰언니랑 영심이 언니가 울며불며 너희들을 찾아다니고 있어.

네가 돌아와서 다행이지만 이제 너는 언니에게 혼날텐데 어쩌면 좋아."

둘째 언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큰언니가 화가 잔뜩난 얼굴로 대문안에 들어섰다.

"너 지금이 몇시야?

해가지기 전에 집에 들어 오라고 했지."

"그 곳에 있을 때는 해가 있었는데 집에 오니까 해가 없어졌어."

"도대체 얼마나 먼 곳에 갔었는데 해가 없어져

"어딘지는 모르는데 고동 잡으러 갔었어."

"먼 곳에 갈 때는 언니에게 허락 받고 가라고 했어 아니면 네 맘대로 가라고 했어."

"언니에게 허락받고 가라고 했어."

"오늘 나에게 하락받지 않고 네 맘대로 나간것이니 잘못했지?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평소에 내가 잘못하면 벌로 마루바닥 청소를 시켰는데

언니는  마당에 놓여 있는 커다란 드럼통에 나를 들어 올려 집어 넣었다.

그 드럼통은 수도물 사정이 좋지 않았던 그 때에

허드렛물로 사용하기 위해 빗물을 받아 저장 했던 통이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드럼통 속에 갇혀 하늘을 쳐다보니

쏟아질 것 같이 많은 반짝이는 별들이다.

조금 있으려니 그 별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두움이 나를 덮었는데

그것은  언니가 드럼통의 뚜껑을 '꽝' 닫아 버린 것이다.

그 때 나는 어머니가 가정예배때마다 들려 주시던 말씀이 생각이 났다.

"우리가 어느 곳에 있든지 그 곳에는 주님이 나와 함께 있으므로 혼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어떤 상황이든지 두려워 하지 말고

주님이 왜 나를 이 곳에 두셨나 잘 생각하여 보라"고 하셨다.



조금 있으려니 둘째 언니가 소리내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정옥이 통에서 어서 꺼내 줘야되.

영심이도 드럼통 속에서 울다가 기절해서 병원으로 실려갔대

언니! 정옥이도 통속에서 기절했나봐 우는 소리도 안들려."

"뭐라고 영심이가 기절을 했어?

아이구 내 동생 정옥이도 기절 했으면 어떡하니?

드디어 드럼통 뚜껑이 열리고 어두운 통속에 다시 반짝이는 별빛이 비쳤다.

드럼통 속을 내려다 보며 울고 있는 언니들을 기절하게 한 나의 한 마디

"언니! 이 곳에 물이 많아서 목욕은 다 했는데 비누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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