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두발 뻗고 잠 잘 수 있어요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06-04-09 04:56

조회수 2,934


우리교회는 상가 건물 지하에 있다.
여름엔  습기가 차고 곳곳에서 물이 나고  곰팡이가 펴서 물건마다 곰팡이 일색이다.
그나마 교회의 빚 때문에 그 지하를 둘로 나뉘어 한 편은 교회로 쓰고
한 편은 월세를 주었었다.

세를 든 사람이 사람이 기거하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이었던  그 곳을
많은 돈을 투자하여 찜질방으로 꾸몄다.
습기로 항상 축축했던 벽은 황토벽으로 변했고
실내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면 이온이 나온다는
원적외선 돌들이 그 황토에 박혔다.
방바닥도 돌로 만들어
한 번 불기로 데워지면
불을 껴도 밤새 은근히 뜨근하여 보온이 되어서
난방기가 절감되게 만들어졌다.

그런데 세를 든 사람이 사업이 안되어
단 한 달도 세를 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우리 교회는 월세를 받아 은행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데도
딱한 처지의 그 사람에게 월세 독촉을 제대로 못하고 일년을 넘긴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임대업도 마음이 대단히 단단해야 할 수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세든 사람이 밀린 일년치의 임대료와
건물 원상 복구비를 적용하면 보증금을 한푼도 내주지 않고
내 보낼 수 있다고 우리에게 그렇게 처리하라고 종용했다.

그러나 우리 교회에서는 사업에 실패한 그에게
그런 가혹한 처사를 할 수 없어 난감해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먼저 제의를 해 왔는데
밀린 임대료를 제하지 않고 보증금만 고스란히 내주면
그 날로 집을 비워 준다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준다면 더 할 수 없이 고마운 일이라고 신신 당부해왔다.
즉 밀린 임대료를 그 곳을 시설한 비용과 놓고 가는 기물 값으로
생각해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교회는 의논 끝에 그의 제의를 받아 들여 주었다.
아직 예수를 모르는 그에게
교회를 향한 원망과 미움이 들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에 모든 촛점을 맞추고
그가 요구하는대로 해준 것이었다.
그 곳이 비워지자 마침 목회자인 우리가족이 월세 아파트를 살고 있었으므로
우리가 찜질방이었던 그 곳으로 가서 살게 된 것이다.
교회에서 문만 열면 바로 연결되는 그 지하 사택에서
우리는 십년을 넘게 살았다.
언제나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는
사람이 살기에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나는 그 곳에서 10년동안 한 번도 마음 편하게 두 발 뻗고 잠을 잘 수 가 없었다.
그것은 그 곳이 우리 가족이 살기에는 너무 넓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주일에는 교회의 식당으로 사용되고, 사무실로도 사용되었지만
그래도 콩나무 시루같이 빽빽히 비좁게 살고 있는
서울 시민들을 보면 주님께 죄송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큰 애는 비좁은 아파트여도 지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지하를 싫어했다.
어릴적 부터 지하에 살았던 탓에 천식을 앓아서 인가보다.
식구들 전체가 그 지하를 벗어나기를 원했지만
우리는 웬지 그 곳을 사수하는 사명을 받은 사람들처럼 그 곳을 지키고 있었다.
언젠가는 이 곳을 주님이 가장 기뻐하는 일을 위해서 쓸 것을 기대하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편하고 좋은 것,
무엇인가 누리는 것이 오히려 마음에 불편한 우리는
늘 그것이 마음에 걸려 누군가 우리집에 방문하면
이 곳이 왜 찜질방이 되었고
우리가 왜 이렇게 분에 넘치는 넓은 곳에 살게 되었는지
그들이 궂이 묻지 않는데도 스스로 변명하기에 바빠야했다.

나는  알지 못했었다!
그 곳이 갈 곳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미 십년 전부터
주님이 준비해 놓으신 장소라는 것을!

서울역에서 무숙자들에게 아침 무료 급식을 주기 시작한지 반 년이 지나면서
우리는 우리의  사역이 무숙자들에게 그저 아침 한끼를 주는 것으로 끝나면 안된다는 것에서 안타까와 했다.
그들 중 몇 명이라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재활 훈련을 시켜서
정상적인 건강한 사회인으로,
가정으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책임이 날이 갈수록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여러달 동안 무숙자 재활쎈터를 찾아 다녔다.
그러나 적은 돈을 가지고 쎈터를 마련하겠다는 생각부터
서울에서는 얼마나 무모한 것인가는 금방 알아 차릴 수 있었다.
700명에게 먹일 밥과 국을 만들 수 있는 크기의 주방과
재활 시킬 무숙자들의 숙소와
여러 사람이 샤워를 할 수 있는 목욕탕을 갖출만한  쎈터이면
우리 거리선교회로서는 꿈같은 이야기였다.
어느날 한 무숙자는 이렇게 말했다.
“ 저는 취업을 하고 싶어도 취업을 할 수 가 없어요.
당장 하루 품삵을 받는 잡무일을 하려고 해도
우선 냄새나는 몸을 씻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 입을 한 벌의 옷이 필요해요.
저같이 냄새나고 더러운 무숙자는 단 번에 거절당합니다.”

또 전에 우리와 함께 중국 선교를 하던
선교사님을 만났는데 이런 충격적인 말을 건네 주었다.
여전도사님이 결혼도 안하고 교회에서 일평생 사역하던 중
힘있게 일할 수 없는 50대 후반이 되면  
교회에 미안하여 사역을 사임하게 되고
그들 중 대부분이 중국이나 몽골 티벳등지로 선교사로 나가게 되는데
몇년이 지나면 거의 병을 얻어 귀국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을  돌아봐줄 교회도 친지도 없는 이곳에서
병원에 다니게 되는데
병을 고칠 동안 기거할 곳이 없어
어느 선교회 사무실에서 기거한다는 것이었다.
김 수철 목사님은 그런 분들도 무숙자에 속하기 때문에
우리가 쎈터에 모시고 와서 돌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밤에
“병든 그 할머니 선교사를 우선 우리 집으로 모시고 와야지!”
그 생각이 머리에 들어 올 때
십여년이 넘게 왜 우리가 그 곳을 지키며 살게 되었는지
주님의 뜻이 환하게 드러나는 것이었다.

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이 무숙자 재활쎈터를 위해
주님이 준비해 놓으신 장소임을 알았다.
긴급히 교회에 이 상황을 의논했고
교회는 우리가 사택으로 쓰던 곳이니 주님의 일을 위해
쓰이는 일에 우리의 뜻에 동조한다고 했다.    

쎈터를 얻으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하지만
우리가 살 작은 아파트를 얻는데는 적은 돈이면 되지 않는가?
주님은 우리가 그 분의 뜻을 알아 차리면
바로 그 일을 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신다.
어떤 아름다운 손길이 통하여 22평의 아파트를 얻을 수 있는
보증금을 마련해 주셨다.
우리가 살 던 집을 내놓으면 갈 곳없는 무숙자들을 위한 숙소와 재활 쎈터… 700명을 먹일 수 있는 넓은 주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 차린지
일주일 만에 우리는 이사를 할 수 있었다.
이사한 아파트에 누운 나는 십년만에 처음으로 편안히 잠을 잤다.
주님께 송구했던 마음의 짐을 다 벗고
그야말로 두발 뻗고 잠을 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살던 그 곳은
깃들일 곳 없이 헤메이는
갈 곳없는 영혼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될 것이며
세상과 가정에서 버림받은 절망하던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재활 훈련을 받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가정인으로
변화되는 재활쎈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서울역 700명의 노숙자들을 먹일 밥과 국을 끓이는
넓은 주방으로 쓰여질 것이다.

우리는 이제 두 발 뻗고 행복한 잠을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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